ko 어버이날, 버려진 카드

Updated on May 4, 2019 | 111 Views 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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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만에 집에 왔다.

 

이것저것 치우려고 베란다로 나갔는데, 카드 한 장이 버려져 있었다.

주워들고보니, 카네이션 꽃 한 송이가 꾸며진 카드였다.

꽃 아래에는 “어버이 은혜 감사합니다.” 란 인쇄된 문구가 오려붙여 있었다.

펼쳐보니, 편지도 써져 있었다.

“부모님께 안녕하세요? 전 진이에요. 어버이 날 기념으로 편지를 써요….

일단 저를 태어나게 해주고 먹여줘서 감사해요. 앞으로는 잘 할게요.

그리고 약속한 공부 날짜도 지키지 않고, 게임만 하고, 돈 낭비만 하고 정말 죄송해요.

앞으로는 생각하고 행동할게요. 사요나라! 2019년 5월2일 부모님의 소중한 딸 진이가.”

 

막내에게 카드가 왜 베란다에 버려져 있냐고 물었더니,

억지로 쓰라고 해서 쓴 게 마음에 안 들어서 버렸단다.

내가 발견하기 전에 이미 남편도 버려진 카드를 봤다고 했다.

단번에 막내가 왜 버렸는지 알겠어서 그냥 내버려두었다고도 했다.

남편 역시 초등학교 때 어버이날 학교에서 편지를 쓰라고 했고. 안 썼던 적이 있었다.

화가 난 선생님은 수업이 다 끝나고 빈 교실에 남아서 쓰라고 하고 교무회의를 갔다.

선생님이 회의에서 돌아왔을 때도 남편은 한 자도 쓰지 않고 있었다.

더욱 화가 치민 선생님이 소리쳤다.

 

“도대체 왜 넌 안 쓰냐!” 고,

남편은 “억지로 어떻게 쓰나요?” 라고 끝까지 반박했고

선생님은 한숨과 함께 “할 수 없지.” 하면서 그제야 집에 보내줬다.

 

마음에서 우러나지 않는 의례적인 일에 온 몸으로 거부하는 습성은 그 아버지에 그 딸이다.

아쉬워서라기보다 버려진 카드를 애틋하게 챙겼다. 카드 귀퉁이에다 이렇게 썼다.

“학교에서 쓰라고 써놓고 집에 와서 쓰레기통에 버린 어버이날 카드,

2019년 5월 2일 목요일, 진.”

 

이렇게 써놓고 보니, 더욱 각별한 어버이 날 카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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