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원이엄마의 미투리

Updated on March 10, 2019 | March 8, 2019 | 0 Views No Category
5 on March 8, 2019

지금으로부터 20여년 전인 1998년,

안동시 정상동 택지개발을 위해 무덤을 이장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남자의 미이라 한 구가 발견되었는데….

건장한 체격에 준수한 얼굴의 젊은이였을 것으로 추정되는 남자의 머리맡에는

머리카락과 삼줄기를 함께 엮어 만든 미투리 한 쌍이 놓여 있었다.

여러 점의 편지와 배냇저고리도 함께 발견되었다.

안동대학교 발굴조사팀에 의해 무덤 속 시신은

고성이씨 17대손인 이응태(1556-1586)였다는 것이 밝혀졌다.

발굴 당시 미이라 상태로 발견된 시신도 화제가 되었지만

무엇보다 세상 사람들의 주목을 끌었던 것은 가슴 부분을 덮고 있던 한글 편지와

머리 맡에 놓여 있던 미투리였다.

 

자료를 추적한 결과,

이응태는 죽기 전 얼마간 병석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젊은 남편이 병석에 눕자 아내는 쾌유를 빌며 자신의 머리카락과 삼을 정성껏 엮어

미투리를 만든 것인데,  미투리를 쌌던 한지에

“이 신 신어 보지도 못하고…….”라는 글귀가 남아 있는 것으로 보아,

아쉽게도 남편은 끝내 그 신을 신어 보지도 못하고

어린 자식과 태어나지 않은 아이를 남긴 채, 세상을 떠난듯 하다.

미투리는 남편이 병을 털고 일어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담은 것이자

저승길을 갈 때 신기를 바라는 생사를 초월한 영원한 사랑을 담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여인이 남긴 편지의 내용은 이렇다.

“당신 언제나 나에게 둘이 머리 희어지도록 살다가 함께 죽자고 하셨지요. 그런데 어찌 나를 두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 나와 어린아이는 누구의 말을 듣고 어떻게 살라고 다 버리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

“여보, 남들도 우리처럼 서로 어여삐 여기고 사랑할까요?… 이 편지 자세히 보시고 내 꿈에 와서 당신 모습 자세히 보여주시고 또 말해주세요…”

여인은 남편을 향한 사랑과 꿈 속에서라도 보고픈 그리운 마음을 편지에 담고 있다.

이 여인이 바로 “원이엄마” 이다. 당시의 풍습상 여인의 이름은 밝혀지지 않았고,

현재는 그저 “원이엄마” 로 알려져만 있다.

 

특이한 점은, 원이 엄마의 편지에 나오는 남편에 대한 호칭인데, ‘자내’라 불렀다.

지금은 자내가 아랫사람에게 쓰는 호칭(자네)으로 바뀌었지만,

임진왜란 전까지는 상대를 높이거나 최소한 동등하게 대우해 부르는 호칭으로

당시 남녀관계가 어떠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단초가 되기도 한다.

 

*원이 엄마의 이야기가 알려지게 되었던 계기를 만들었던 남편 이응태의 무덤 속 출토물은

현재 안동대학교 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다.

한글 편지를 비롯해 미투리와 원이 엄마의 치마, 아들 원이가 입던 옷(저고리),

그리고 형(이몽태)이 동생에게 쓴 한시와 부채에 적은 만시 등 여러 유물을 볼 수 있다.

 

*원이 엄마의 편지글과 미투리가 국내 언론은 물론 다큐멘터리 잡지인 ‘내셔널지오그래픽’(2007년 11월호)에 소개가 되었고,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고고학저널 앤티쿼티(ANTIQUITY, 2009년 3월호) 표지에 한글 편지가 실리면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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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on March 8, 2019

I am always interested in such topics. Last year for a short period of time I worked at excavation of a Bronze Age settlement.

on March 8, 2019

did you take some pictures there? 

on March 9, 2019

Yes I did:

on March 9, 2019

it’s a privilege to see the pictures here. thank you

on March 10, 2019

The funny part is, they’ve found the real historical stuff such as ceramics only on days when I wasn’t t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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